[클래식]쇼팽의 주옥같은 명곡들을 알아보자 Top 10

서양음악사에서 ‘쇼팽’이라는 두 글자는 피아노 음악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가 남긴 음악은 약 200곡인데 대다수가 피아노 독주곡이지요. 특히 그는 피아노라는 악기의 ‘새로운 뉘앙스’를 만들어낸 음악가였습니다. 이를테면 건반을 밀고 당기면서 미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리듬과 악센트, 마치 한편의 영상처럼 드라마틱하게 펼쳐지는 슬라브적 음색, 과감한 조바꿈과 때때로 등장하는 불분명한 느낌의 조성들이 그렇습니다. 그것은 쇼팽 이전의 음악에서는 좀체 맛보기 어려웠던 피아노 음악의 새로운 경지였습니다.      - 문학수

상대적으로 뉴에이지를 즐기시는 분들보다 클래식을 즐기시는 분들이 훨씬 적은 것 같아서 많은 분들이 클래식도 들어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작성하는 글 입니다! 

'웅장하고 멜로디컬해서 훅 빠져들 수 있는, 클래식 입문자가 쉽게 들을 수 있는 곡'을 기준으로 선정했구요, 너무 유명해서 모두가 다 아는 음악은 뺐습니다. 제 개인적인 취향이기도 하지만 그 만큼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과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곡들 이기도 합니다 ㅎㅎ (순위는 별 의미 없습니다) 

Top 10  Prelude op.28 no.24

사실 제일 유명한 쇼팽의 전주곡은 작품번호 28의 15번째 곡인 '빗방울 전주곡' 일 겁니다. 그래서 빗방울 전주곡은 제하고(사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뺄 정도로 유명하진 않은데 말이죠...) 뽑은 곡이 이 곡입니다.

프렐류드는 '전주곡'으로 해석되며 원래는 독립된 곡이 아니라 도입부 역할을 하는 짤막한 곡 이었으나 쇼팽 이후로 독립된 하나의 장르로서 자리잡게 되죠. 쇼팽이 생전에 표제 음악을 싫어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쇼팽이 붙인 부제는 없으나 가장 통용되는 부제가 한스 폰 뷜로와 알프레드 코르토가 붙인 부제입니다.

한스 폰 뵐로는 이 곡에 '폭풍'이라는 부제를, 알프레드 코르토는 '피, 애욕, 죽음에 관하여' 라는 부제를 붙였는데 두 부제 모두 이 곡의 분위기를 잘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왼손의 격렬한 음형이 마치 폭풍우처럼 몰아치며, 짧은 연주 시간 동안 트릴, 스케일, 아르페지오 하강 등 다양한 테크닉들이 정열적인 멜로디 라인과 어우러져 강한 감정을 전달해 주는 곡입니다.

Top 9 Andante Spianato et Grande Polonaise Brillante

영화 피아니스트에 발라드 1번과 함께 나와 인지도를 얻은 곡,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화려한 대 폴로네이즈 입니다.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되기도 하고, 위의 영상처럼 피아노 독주 버전으로 연주되기도 하죠. 곡이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위 영상 기준으로 4분 45초까지 잔잔한 멜로디가 이어지는 부분이 '안단테 스피아나토' 부분이고 그 이후 갑자기 격렬해지는 부분이 '화려한 대 폴로네이즈' 부분입니다. 키신 연주 외에도 윤디가 연주한 버전도 좋습니다.

Top 8 Piano Sonata no.2 2nd mov.

피아노 소나타 2번 중에서 제일 유명한 악장은 '장송행진곡'이라고도 불리는 3악장 입니다만, 저는 이 악장을 더 좋아합니다. 쇼팽 특유의 감미롭고 시적인 멜로디가 굉장히 매력적인 곡 입니다. 마치 발라드 2번이나 스케르초 3번과 같이 스케르초의 주부에서 몰아치다가 폭풍우가 잠잠해지듯이 다시 아름다운 멜로디가 나왔다가 다시 서서히 고조되며 초반 주제가 반복되는, 빈틈없는 악곡 구성이 청자를 훅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곡입니다.

Top 7 Piano Concerto no.1 3rd mov.

개인적으로 발라드 4번과 양대산맥을 이루는 초 난곡중에 난곡이라고 생각하는 곡입니다.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은 1악장과 2악장이 3악장에 비해 훨씬 유명하지만 3악장 또한 굉장한 명곡이며 제가 좋아하는 곡입니다. 쇼팽은 1 2악장에 비해 더욱 더 생기 넘치고 리드미컬하게 3악장을 이끌어 나갑니다. 민속음악 풍의 주제 멜로디가 계속 반복되면서 중간중간 여러 악구들이 들어갑니다. 피날레 또한 무척 화려합니다.

Top 6 Scherzo no.2 op.31

조성진 군의 연주가 제일 첫번째로 뜨네요 ㅎㅎ 기분 좋습니다. 스케르초 2번은 4곡의 스케르초 중에서는 가장 유명하고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진 곡입니다. 다른 나머지 3곡의 스케르초와도 함께 연주되지만 이 곡만 연주되는 경우도 굉장히 흔한 것 같습니다. 모든 스케르초들이 마찬가지지만 아름답고 서정적인 멜로디와 어딘가 불안정한듯 힘있게 달려나가는 부분이 묘하게 어우러지면서 독특한 스케르초만의 색채를 만들어내는 것 같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스케르초는 3번인데 대중적인 매력도는 이 곡이 훨씬 높은 것 같아 꼽아봤습니다. (3번은 피날레 부분이 일품입니다. 3번도 추천해 드립니다. 꼭 들어보세요.)

Top 5 Etude op.25 no.5

유튜브 커버 보고 흠칫한 분들 계시죠? ㅋㅋ 제 인생 애니입니다. 사실 이 곡은 이 애니를 보기 이전에도 알고 있었는데 이 곡이 가진 독특한 매력과 애니메이션의 이야기가 잘 어우러져 이 애니메이션 이후에 이 곡에 푹 빠지게 되었죠. 에튀드 중에서는 가장 좋아하는 곡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는 '회상'이라는 부제로 주로 불리는데, 영미권에서는 memory 라는 부제로는 거의 불리지 않고 주로 'wrong note'라는 부제로 불립니다. 초반부에 나오는 음형을 불협화음이라고 표현한 것 같습니다. 초반부의 주제가 끝나면 한층 곡의 심상이 심화되면서 아름다운 멜로디가 나옵니다. 첫번째 주제와 두번째 주제가 이질적인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매우 아름다운 분위기의 곡입니다.

Top 4 Polonaise op.53 "Heroic"

너무 유명한 곡이라 처음에는 뺐다가 수정하면서 다시 넣은 곡 입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조성진의 폴로네이즈에 익숙하실테니, 조성진의 해석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사실 이게 정석적인 해석이긴 하죠) 키신의 연주를 가져왔습니다. 조성진은 폴로네이즈가 가지고 있는 우아함과 섬세함을 살리는데 중점을 두어서 중간중간 등장하는 극적인 강약조절(점점 키워가다가 터져야 할 부분에 오히려 힘을 빼는)이 일품인 반면 키신의 연주는 마치 행진하듯이 저돌적으로 나아가는 힘과 타건감이 살벌합니다. 

Top 3 Nocturne op.48 no.1

이 곡은 윤디의 연주를 좋아하는데 윤디 버전은 유튜브에 업로드 되어 있지 않은 것 같네요. 쇼팽의 녹턴 중 비교적 후기에 작곡된 곡으로 모든 쇼팽의 녹턴 중에서 제일 드라마틱하고 웅장한 곡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상대적으로 후기에 나온 작품이다 보니, 음악적 깊이 자체가 이 곡보다 일찍 출판된 다른 유명한 녹턴들(op.9 no.2 또는 op.27 no.2 등등)에 비해 훨씬 깊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예시로 열거한 곡들이 음악적 깊이가 가볍다는 말은 절대로 아닙니다..) 전반적인 분위기가 무겁고 장중합니다. 개인적으로 op.9 no.2 와 같은 곡들은 달빛이 잔잔하게 비친 아름다운 밤 풍경에 대해 묘사하고 있다면 이 곡은 밤이 가진 근원적 고독과 슬픔을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이건 제 개인적인 해석입니다.)

Top 2 Fantasy op.49

이 곡은 지메르만의 해석을 좋아하는데 마찬가지로 유튜브에 업로드가 안 되어 있는 것 같아 대신 키신의 연주를 가져왔습니다. 발라드 풍이라고 해설하는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곡의 제목과 같이 전반적으로 환상적인 분위기가 주를 이루며 쇼팽의 낭만성이 극적으로 그려지는 곡 입니다. 

Top 1 Ballade no.4 op.52

쇼팽의 4곡의 발라드 중 제일 높은 예술성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명곡 중 명곡으로, 초등학생 때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들어왔던 모든 클래식 곡들 중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곡이기도 합니다. 곡 전체를 관통하는 낭만적인 발라드 풍의 선율에서부터 비극적이고 격정적인 코다에 이르기까지 단 한 순간도 귀를 뗄 수가 없습니다. 이 곡을 묘사하는데 있어서 제 제한적인 어휘력이 저주스러울 정도로 쇼팽의 천재성이 극한으로 드러나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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